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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날씨가 많이 선선해져서 좋습니다.
-라는 시덥잖은 이야기를 쓸려고 했으나 막상 또 며칠사이에 다시 살짝 더워져서 짜증이 이는 터라  패스하고.
뭐 암튼 그동안 여러 뻘짓거리들 덕택에 밀려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슬슬  방출해볼까 합니다.



그게 언제쯤이었지. 아마 한빛이 아직 T3에 넘어가기 좀 전이었을겁니다.
뭐 이젠 한참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해서, 오래전 그 한빛과 플래그십에 간접적으로 연관되어있었던 때를 회상해봅니다.

당시, 한빛소프트 내부의 플래그십쪽 담당자로부터 미소스의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해보지 않겠냐 하는 제의를 받았었던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미소스라는 게임의 그래픽 자체가, 뭐랄까 제가 특기로 삼는 방향하고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관계로 썩 내키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렇잖아도 외국쪽으로 진출할 길을 여럿 물색하던 중이었기도 하고, 또 저 말고도 섭외예정인 분이 일본의 초유명 아티스트였던터라, 
그런 부분들에 나름 괜찮은 기회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해서, 담당자분의 열성적인 설득에 힘입어 좋게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른후, 정말 상상하지 못했던, 한빛소프트 피인수 건이 터져나와서 엄청나게 놀래고 말았습니다.
뭐 담당자분을 통해서 전해지는 그 후의 내부 사정이란 이거 뭐...여튼 제게 확실한것 한가지는. '미소스 건은 물건너갔다' 이정도.
조직개편에 그 일을 진행중이었던 담당자 윗선부터 대부분의 인력이 교체되거나 퇴사를 하게 되어서 이건 뭐 저는 손가락만 빨수밖에 없더라고요.
뭐 암튼 그러고 있다가 이후 이젠 아예 플래그십 침몰 뉴스가 터져나오니 이건 뭐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건 아니었고 또 그 건 말고도 다른 일들이 여럿 있었던터라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만 아쉽기는 약간 아쉽긴 했는데.

암튼, 플래그십 침몰 이후 나온 기사들이 하나같이 빌로퍼를 천하무쌍하게 나쁜놈으로 묘사하고 있었던터라 저는,
아니 아무리 나쁜놈이라고 해도 이렇게 악의적으로 기사를 쓸수가 있나. 이건 거의 뭐 T3의 입장만 존나 강조하는 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시간이 흐른 뒤 그 후 나름 빌로퍼를 잘 안다고 볼수 있는 그 한빛의 담당자에게 넌지시 물어봤더랬습니다.


나: "야. 기사 뜬거 보니까 빌로퍼를 완전 신발놈이라고 써놨던데. 그거 정말이냐?"

그: "어. 신발놈 맞어. 완전 신발놈이야."

...


뭐랄까. 뭐 저는 아직도 역시,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루리웹이나 뭐 그런 쪽에서는 그래도 아직은 빌로퍼에 대해서,
기사에 그래도 빌로퍼를 옹호한다는 뉘앙스로 달린 거의 반수 이상을 달리는 댓글을 어렵지않게 찾아볼수 있던데요.

아마 그런게 아닐까요. 헬게이트가 재미있었는지 잘 만들었는지는 말하기 힘들지만. 저조한 성적을 거둔건 일단 확실해요.
그래서 사실, 한국에서는 유독 인기를 띄었지만 어차피 거품이고, 애초 개발자보다는 프론트맨에 가깝다- 정도가 일반 유저들에겐 중요한거지.
뭐 투자금을 날리네 마네 빌로퍼는 문닫고 째내 마네 그 판권이 넘어가네 마네  T3가 가져오네 마네 등등등의,
그런 기사들 속에서 빌로퍼가 지탄을 받는 이유들이란 어차피 일반 유저들에게는 별로 피부에 와닿지도 않고 하니 결국 별로 상관없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저는 그것이 게임계에 깊이 낀 '거대사업의 그림자' 같은, 일종의 거품적인 면모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한국 게임계에는 유독 어느 회사가 어느 회사를 먹었네 마네 투자를 얼마 받았네 마네 그런 뉴스들이 많다 이거에요.
아니, 이건 빈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상관없는 일들 아닌가요? 유저에게도 개발자에게도 말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이런 뉴스들 대부분은 그 기업의 최상위 5%의 인원들에게나 의미를 가질법한 이야기들입니다. 
그저께 인수합병을 성공시킨 CEO가, 산하로 들어온 자회사에 가서, 우리는 킹왕짱이라 강조하면서 일장연설을 늘어놓아도,
일반 개발자들은 그냥 내 자리나 무사하면 그만이고 월말에 월급이나 잘 나오면 그만인거지 어디가 킹왕짱인지 시간만 낭비라 이거고,
어느 기업이 몇백억 투자를 받고 게임을 팔아서 몇백억을 벌던가 말던가 유저에게는 당장 오늘 레이드에서 아이템만 잘 떨어지면 그만이라 이거죠.

예를들자면 그런 거에요. 우리는 학교를 다니면서 언제나 '학교는 학생의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어오면서 자라왔습니다.
그러나, 어른의 세계에서 학교는 학생의 것이 아니었어요. 이를테면 재단 이사장의 것이겠죠. 거 정글고에도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 학교의 이사장이 학교를 팔아먹네 마네 해도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학생들하고는 별로 관계없는 일이에요. 
오히려 보충수업 시간이 늘어나네 마네 급식 메뉴가 좋아지네 마네 매점 판매 상품이 늘어나네 마네 이런게 중요한거 아닌가요.

어른의 세계에서, 회사의 주인은 대주주이고, 개발자는 단순한 고용인에 불과하며, 유저는 그 상품을 구매해주는 소비자에 불과한거겠지만.
이건 감성적인 문제가 아니에요. 기업들간의 드라마나 CEO의 성공신화보다, 그냥 좋은 게임 하나가 좀더 주목받는 그런 게임계였음 해요.


뭐 그런 의미에서, 뭐 그냥 일반 유저보다는 미세하게 조금 더,
안다고 말하기는 쪽팔린 머나먼 친척 같은 정도로 아주 미묘하게 관계된 제 입장에서는 빌로퍼는 그렇게 나쁜놈이 아니네요.
그냥, 생겨날 뻔 했던 좋은 기회가 머나먼 평행우주속으로 사라져갔기에 그건 아주아주 약간 아쉽다 뿐이지. 단지 그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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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EGOIST | 2008/08/29 19:53 | Diary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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