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그만두고 게임계에 들어온 뒤로, 나는 그때까지도 우리들에게서 회자되고 있던 만화가의 이름들을 다시 들을수 없었다. 물론, 과거를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에 의식적으로 만화계에서 눈과 귀를 돌리고 있었기 때문도 있었겠지만서도. 아니, 그래서라도, 그동안 내가 꾸준히 보아왔던 만화는, 이 몇년간 주구장창 들어왔던 만화가의 이름들이란 주로 웹툰전문작가들이었다.
웹툰으로 데뷔해. 웹툰으로 인기를 얻고, 그 웹툰을 모아 책을 낸다- 꽤 괜찮은 시스템이라고 생각은 하긴 했다.
그러나. 설령 재미는 있었다 한들 행여나 나보고 하라고 누가 시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싶은 심정이랄까. 그랬다. 지금까지에서도 나는 여전히. 만화라면 역시 출판만화. 책으로 나오고, 책으로 봐야 제맛이지 않냐. 웹툰은 그 특성상 출판만화에까지 당도할수 없는 질적 수준의 한계를 분명히 가지지 않냐-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얼마전부터 네이버에서 기계전사109가 연재되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것을 보고 착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래도 기계전사109는 한국 SF만화 장르에서의 나름대로 한 점을 찍었다 이야기하는 명작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명작 만화를 지금 와서 책으로 구할래야 구할수가 없다. 대체 왜. 나는 그걸 돈 문제라고 믿고싶은 심정이다만. 그런 입장에서 기계전사109의, 그 광고문구에서처럼의 '웹툰으로의 리메이크' 라는게 반갑지 않냐 묻는다면 또 그건 아닌게. 나는, 과거의 명작은 과거의 명작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썩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거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물론 다소의 헛점은 감안한다 해도 물론 여전히 통할법한 컨텐츠라는 사실은 여전히 동의하지만. 리메이크라고 말하지만 실은 결국 그냥 컷을 잘개 쪼개고 색을 칠한것에 다름아닌 물건이 되버려 작품성이 크게 손상되어 보였고. 웹툰 신인만화가들의 작품과 하등 다를바 없는 그런 위치에 똑같이 진열되어버린 그 물건은 명작이라 취급조차 되지 않는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다시 보고 싶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형태로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웹툰에는 역시나 부정적이고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고 살던 와중이었다만. 우연찮게 오늘 링크를 타고 미디어다음에 들어갔었는데. 불과 몇개월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수준높은 웹툰이 많이 연재되고 있는걸 볼수 있었다. 아아. 웹툰도 꽤 수준이 좋아지는구나. 거기에 이곳은 마치 하나의 만화 잡지이지 않는가. 이정도면 '웹툰 판' 이라고 말해도 손색없겠다- ...라고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나는 그 웹툰 작가들중에 낮익은 이름을 발견하고 또 놀라고 만다. 만화가 윤태호씨와 만화가 전상영씨.
그래도 한때는 둘 다 최상위권에 속해 있었던, 대단한 중견 작가들이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웹툰으로 작품을 내다니. 확실히 세상이 변하긴 변했구나. 지금부터는 웹툰의 시대인가. 라고 말하기는 그래도 아직 여전히 좋지 않은 인상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나같은 변절자에게도 아직 역시 종이라는 생각이 남아있을 정도면, 적어도 그들 정도면 출판만화에 대한 도저히 떼어낼수 없는 자부심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 그들이, 만화판이 계속 온전히 유지만 되었어도 지금은 대가소리를 듣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들이 이런 곳에서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니.
나는 솔직히 말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그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애초에 내공부터가 다른 놀라운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그래. 기계전사109와도 마찬가지의 이유일거다. 내겐 마치, 한때 올려다보았던 이들이 이젠 광장에서 다른 이들과 같이 구걸을 하고 있는것처럼 보이기에. 그게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거다.
어쨌거나 웹툰으로의 진출엔 여전히 관심은 없지만. 그래서 궁금증은 몇가지 생겼다. 일단 당장 돈문제만 봐도 그렇다. 대체 어떤 수익구조를 가지는 것일까. 만화가에게 밥은 먹고 살수 있을 정도로의 수익은 돌아오는가. 만일 고료가 책정된다면 어떤 기준에서 책정되는 것일까. 혹시 과거의 출판만화업계처럼 갖다붙이기 나름인 등의 불합리한 부분은 없는가. 그래서 인기는 어느정도 얻을수 있는걸까. 책이 나오는 최소한의 기준은 무엇인가. 책이 나오면 얼마나 팔려나가나. 등등까지.
그래. 나는 그들이 대체 왜 웹툰을 연재할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미래를 바라보고 바라보고 연재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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