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만큼의. 말하자면 SF장르에서 영화CG급의 때깔을 만들어내고자 했다는 어느 프로젝트. 대단한 컨셉아티스트 여럿을 영입해서 미국식의 업무시스템을 도입한것까지는 좋았으나 결국 돈과 시간과 인력이 문제라. 결국 처음 의도를 상당부분 포기해서 간략화하고 데이터의 대량 생산을 위해 많은 시스템을 공장식으로 전용하고 있다 한다.
이 이야기를 어느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으면서 어허 참으로 안타깝구나 싶던 나는 문득 미묘한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던 것이. 오래전 어느 아티스트가. '우리 회사에서는 코스츔 디자인을 스크린샷 위에 덧그려서 마구 뽑아낸다' 라고 자랑삼아 말한 것에. 아 얼마나 효율적이냐 그런 시스템으로 이 제어가 어려운 아티스트 부류를 굴릴수 있다는 자체가 부럽다 하고 내심 느끼고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건 절대 자랑으로 말할 거리가 아닐 뿐더러 오히려 쪽팔려야 할 사실이 아닌가 문득 깨닫고 말았기 때문이다.
가장 앞서 나가는 시스템. 효율적인 시스템. 물론 다 좋다. 그래서 자랑할만 하다는 생각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래서 아무리 좋은 결과를 낸다고 해 봐야 그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와 하등 다를바 없지 않는가. 적어도 아티스트라면. 무엇을 창조하냐가 가장 중심이 되어야지, 어떻게 찍어내냐가 중심이 된것은 쪽팔려야 할 일이 분명할게다.
물론, 나는 사실 과거 패키지 게임 시대로부터 이어져내려오던 일본식의 인물중심보다는 체계중심에 더 찬성하는 쪽이라. 아티스트 한두명에 의해서 심각히 의존되고 또 가끔 제정신이 아닌 놈들 때문에 오락가락 뒤집히는 프로젝트 보다야는 적어도, 어떤 사람이 들어오던 간에 가장 무난한 방향으로 최적화된 디자인을 낼수 있게 하는 이쪽 시스템이 확실히 낫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러나 미국식이라고 할수도 있는 그 체계중심을 도입하면서 한국 실정에 맞춘다는게 결국 공장이 되버린 결과는 참으로 기묘하다. 그건 어쩌면, 지극히 결과중심적으로 또한 기술중심적으로 전도되어버려 본연의 가치를 상실해버린 목적 때문이 아닐까.
규모로만 보면 그 미국과 다를바 없는 프로젝트인들 돈과 시간과 인력은 삼분지 일의. 아니 십분지 일만 되어도 감지덕지인 업계라. 그나마 MMO시대에 양산된 수많은 아티스트를 가지고 이제는 싼값에 컨베이어벨트에서 단순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때울수밖에 없는 걸게다.
요즘 어느 회사에서는 원화레벨에서 '컨셉트' 와 '디자인' 을 분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컨셉아티스트-아마도 팀장 또는 AD정도의 직무를 수행하는 상위직책일거다-가 고민 끝에 대충 막막 그린 컨셉스케치를 던져주면, 업무상 하위 직책의 디자이너들이 받아서 클린업하고 세부묘사하고 채색하고 어쩌고 해서 하나의 원화 디자인을 완성해내는 방식. 물론 그 결과가 적어도 생산 하나만큼은 매우 효율적일터라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막상 나보고 하라면 나는 절대 못할것 같다. 이런 방식이.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완전 무슨 만화가 화실(사실상 가내수공업)의 문하생 시스템이랑 다를게 뭔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그 시스템에서 부하직원에게 가르칠수 있는건 사실상 없다. 이런 일은 아트도 디자인도 아닌. '기술직' 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너희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좋아하는 만큼 그리고 있냐. 그래서 그것이 크리에이티브란 일이라고 생각하냐. 지금 내가 하는 일로 말하자면 퍼센테이지로 따져서 약 십퍼센트만큼은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들어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물론 이 업계에는 아직도 아저씨들의 이것저것 베껴라 요구에 끌려갈수밖에 없는 아티스트가 많아서 십퍼센트나마는 정말 감지덕지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하고싶은 것을 온전히 하지 못하는 이런 흐름을 적어도 내 후배. 또는 내 동료. 부하직원에게까지 강요하고 싶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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