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몬스터 디자인을 전담해서 맡아줄 사람을 조만간 뽑아야겠다.(물론 나중엔 나처럼 전 분야로 작업하게 되겠지만) 물론 내가 작업해도 되긴 한데. 아니 어차피 그쪽도 내가 메인으로 달리긴 할거지만 어디까지나 주업무는 플레이어캐릭터이니. 능력에 따라서 아예 전담으로 맡기거나. 안되면 내가 컨셉을 제시하고 기본 틀을 잡은 다음에 서포트하는 식의 제작으로 돌려야겠다.
아니아니. 업계에서 좀 뼈가 굵었다 싶은 사람들은 안되겠다. 그냥 신입 데려다 빡세게 가르쳐서 키우는 편이 더 쉽겠다. 물론 당장 필요한 디자인을 필요한 만큼의 질과 양으로 뽑아내게 할려면 실력도 경력도 정도이상 갖춰진 편이 간단하기 한데. 그러나 막상 경력자 데려다 자리에 앉혀놓을 생각을 하니 오래전 겪었던 여럿 좋지않은 케이스때문에라도 확실히 꺼려진다.
세간에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설령 성격이 개차반이래도 실력만 좋으면 용서되는 분위기가 있는것 같다만. 또 작은 회사에서는 뭔 지랄 염병을 틀어도 성과만 잘 내어놓으면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조직생활을 잘도 할수 있는것 같다만. 나는 그런걸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다. 실력이야 빡세게 시키고 또 본인이 노력하면 길러지는 거지만 인간성은 그게 안되니까.
나는 그 문제의 근원이. 아티스트 특유의 폐쇄적인 성장과정이라거나. 또 그로 인해서 길러지는 독선적인 자의식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자의식이 전혀 없는 아티스트는 없겠고 내 경험상 그렇다고 순수한 타의식만으로 아트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만, 혼자 아트하고 혼자 좋아하고 말게 아니라면. 이를테면 조직생활에서라면. 적어도 타인과 조화를 만들어낼 만큼의 절제는 필수라고 본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것처럼 환경이 문제라. 이런 '아티스트라면 응당' 식의 자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아티스트는 한국에서 길러지기 힘들고. 더욱이나 업계 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회사원 마인드. 작업자 마인드까지 겹쳐버리게 되니 아티스트가 아티스트가 아니게 되버리는건 문제다.
뭐. 조직생활에 있어 아티스트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물론 첫째론 그 아티스트를 온전히 컨트롤하지 못한 관리자의 책임이요. 또한 둘째론 그런 아티스트가 문제를 일으킬만한 구멍을 미리 제한하지 않은 조직의 체계와 제도의 책임이요라고 할수 있겠지만.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력이 좋아도 인간성이 나쁜' 사람을 데려다놓고 행여나 개지랄 못하게 감시하고 제도 만들고 하는데 쓸데없이 여력을 낭비할바엔, 차라리 그 노력을 '실력은 나빠도 인간성이 좋은' 사람의 실력을 키우는데 쓰는게 개인으로나 조직으로나 회사로나 이점이 크다는 이야기다.
덧붙여 이 글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업계의 일반적인 관념과는 틀릴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것을 개인적으로 '페이퍼 인크루트' 라고 이야기하는데요(페이퍼 매니지먼트도 마찬가지). 눈앞의 '페이퍼' (이력서, 포트폴리오) 만 보고 사람을 뽑아서. 눈앞의 '페이퍼' (실적) 만 보고 일을 시키는 쪽이라는 이야기죠.
인성이 설령 나쁘다 해도. 이 페이퍼만 잘 갖춰놓으면 물론 아마 지금도 여전히 어느 회사이건 유효하다 봅니다.(물론 이건 딱히 게임회사이기때문이라기 보다는 세상의 이치) 다만 이 페이퍼주의에 대해 저는 '페이퍼화할수 없는 손익' 이 간과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봅니다.
게임업계 대부분의 회사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서 잘 투자를 못한다는 이야기는 모두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반대로 말하자면 "페이퍼주의 때문에 사람에 투자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영세함을 벗지 못하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실적은 있는데 회사가 성장하지 않아. 어디에서 손해가 났는지 아무도 몰라. 그렇다면 백이면 백 '페이퍼화할수 없는 손해' 때문인거죠.
본문에서 언급한 작은 회사의 경우는 이런 손해에 특히나 취약한게... 손해를 미리 막을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애초부터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지각으로 예를 들자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출퇴근시간 체크를 할수 없는 회사가 여전히 많은데요.(그쪽에 투자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는 회사는 할말없고) 가끔 제정신이 아닌 놈들은 이런 제도적 헛점에 대해, '내가 지각을 하는 것은 출퇴근시간 체크를 하지 않는 탓이다' 라고 주장하는 식이죠.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 많이 봤습니다. 또 뭐 게임개발자라서~아티스트라서~자유로운 정신이 어쩌고~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고.)
그래서 한두사람의 지각이 모든 사람의 지각으로 이어지고 아예 출퇴근시간도 사라지고 업무시간의 의미가 없어져버리는 경우가 바로 '페이퍼화할수 없는 손해' 의 대표적인 모럴해저드 케이스라고 할만 하겠죠.
페이퍼 인크루트와 페이퍼 매니지먼트는 사실 대기업쪽에서 잘 하는 것입니다만. 반면에서 그쪽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꽤 잘 갖춰진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면접때야 잠깐 착한 척하고 넘어갈수 있겠고 여러사람 기분나쁜 짓을 하는거야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로 끝날수 있겠지만 그 이상 지랄-실재적인 손해를 끼치는-은 제도적으로 무리니까요. 잘못하면 회사잘리고 쇠고랑 찰수도 있으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업계 대부분의 회사는 아직 영세한 편이고. 물론 제가 있는 회사도 그렇게 돈 많은 회사라고 할수 없어서. 혹시 행여나 그런 사람이 들어온다면 감당이 안될게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뭐 제 결론은 애초에 처음부터 잘 가려 뽑자는 거고. 특히나 아티스트의 경우는 제 경험상 보통사람에 비해서는 더 많은 비율로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 섞여있고. 평범한 아티스트라고 해도 이 업계의 특성상 온갖 때를 타서 시커멀 경우가 많으니 골치썩을바엔 차라리 새햐얀 신입쪽이 낫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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