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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EGOIST : GyuHo.Lee'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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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사가 한참 어려웠을때. 프로젝트의 작업물을 완료함과 동시에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와 외부 커뮤니티에 무단 게시하면서,
더군다나 회사에 저작권이 귀속된 작업물을 회사에는 아무런 문의도 계약도 없이 잡지에까지 실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회사가 어려운데 나라도 나서서 이렇게라도 흥보해야 하지 않나' 라고 말도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윤리의식을 상실한 사람으로부터.
회사가 어려워 사람도 줄고 시간도 없는데 업데이트해야 할 데이터는 산더미라 그 코스트를 어떻게 최대한 다운시키나 매일을 고민했고.
한정된 데이터량으로 최대한 돈을 벌기 위해서 세계관 망친다 욕먹어가면서도 유저 니즈에 충실하게 벼라별 상품을 다 만들어냈던 내가.
왜 그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내가 병신 취급을 당했어야 하는지 나는 아직까지도 그때를 생각만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를 뿐더러,
더욱이나, 그가 대체 무엇을 왜 잘못한 것인지 그리고 나는 대체 무엇을 왜 만들었던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그때 동료들은 더욱이나 야속할 뿐이었다.

2.
회사가 여전히 어려웠을때. 저기 잘나가는 대기업에서 잘나갈게 보장된 프로젝트로부터 스카웃을 받아 이직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직 회사에 잘 남아있는 이들을 한두명씩 이끌고 또 그들이 다른 이들을 한두명씩 이끌어 종국엔 자리가 텅 비었던 때를 나는 기억한다.
어떤 이들은. 좀 더 좋은 실력을 가지고 싶다. 돈을 좀 더 받고 싶다. 스펙을 좀 더 높이고 싶다. 더 뛰어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다 이야기했고.
그런 그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프로젝트가 이제 비전이 없음을, 더 뛰어난 비전을 붙들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비전이란 결국 프로젝트 자체가 아닌,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부가가치임에 불과함을 잘도 설득력있게 포장하는 그들에게 나는 염증을 느꼈고,
그런 그들의 입장을 나는 머리로써 이해했고 또한 그들을 잡아둘수 있던 입장또한 절대로 될수 없었던 나로써는 그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면서도.
그들이 가버린 뒤 앙상하게 잔해만 남은 팀으로 이 프로젝트를 프로젝트답게 어떻게 계속 끌고 가야 하나 프로젝트 하나만을 보고 있던 나는 야속할 뿐이었다.

3.
그들에게 있어서 프로젝트의 비전이란 당장 자신이 돌려받고 취할수 있으며 사용할수 있는 통장속의 숫자들 이상의 가치가 될수 없었나.
그들에게 있어서 프로젝트에서 만들어내는 작품이란 그저 다음 회사를 좀 더 잘 택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이상의 의미가 될수 없었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마치 자신의 생각과 의지와 마음을 담아 세상을 위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인양 행세했어야 하나.
그래서 그들은 업계의 가치 흐름에 따라 주식투자를 하듯이 한꺼번에 이리 붙고 저리 붙기 위해서 서로들간의 밥그릇 유대를 돈독히 하는 건가.
그때 그들이 나간 몇달 후 스트레스에 못이겨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간의 시간동안 앓다 생활고에 찌들려서야 다른 회사를 알아보던 나는.
그때 그들처럼 프로젝트야 망해가건 말건 회사가 어렵건 말건 자신이 하고싶은 일만 죽어라 해서 때깔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놓지 못했기에.
그때 그들처럼 프로젝트의 인지도에 묻어 잘 나가는 일러스트작가 행세를 하면서 윤리건 법이건 여기 저기 작품을 뿌려서 이름값을 떨쳐놓지 못했기에.
그때 그들처럼 잘나갈것이 보장된 대기업의 프로젝트의 한자리를 먼저 잡고 나에게 그 밥그릇을 돌려먹자고 불러내줄만큼 친한 사람이 없었기에.
그래서 결국 그때 그들만큼 더 많이 돌려받고 더 많이 취할수 있는 통장속의 숫자를 안정적으로 받을수 있는 어떤 곳으로도 갈 기회를 잡을수 없었기에.
나는 내가 들어와 뼈빠지게 일해왔던 이 몇년간의 생각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인지 또는 그들이 영악했던 것인지.
또는 이 게임업계와 게임프로젝트와 게임개발자라는 부류 자체가 애초 원래부터 이렇게나 부조리들로만 점철된 것인지 나는 아직까지도 헷갈릴 뿐이고.
그러서 지금의 나는 그때 그들의 입장을 아무리 머리로는 이해할수 있다 말한들 그때 그들에게 화났었고 야속했었던 마음만은 아직까지도 강하게 남아.
그래서 나는 옛 동료들을, 업계의 사람들을, 아티스트를, 디자이너를, 개발자를. 중소기업을, 대기업을. 게임업계 전체를 뼈저리게 불신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4.
나는 지금도. 당시의 작품들을 다시 둘러보면 그때의 기억이 실로 선명하게 떠올라. 그때 그 사람들을 향한 화와 야속함에 물들고 마는데도,
그런 그때의 그런 사람들을 잘도 살살 구슬려가며 프로젝트를 만드는것이 대단하다 여겼던 그때 윗 사람들의 입장에 이제 곧 다다를거라는 사실과,
그리고 나는 그때의 누구들처럼도, 같은 동료로써 눈감아줄수도 또는 윗사람으로써 포용할수도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지금 나는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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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EGOIST | 2009/03/05 19:17 | Diary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at 2009/03/06 14: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한교 at 2009/03/08 12:19
..ㅜㅜ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가끔 저도 지인들로부터 바보같게 왜 조그만데서 계속 있냐고 그러는데.. 전 나름 소신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는데..ㅜㅜ

이글을 보니 좀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ㅜㅜ
Commented by ANTIEGOIST at 2009/03/08 23:21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회사원이냐 작가냐, 또는 제작자냐 작업자냐 뭐 이런 사이에서의 고민이라고 할수 있겠고,
게임을 하나의 파이라고 치면, '파이를 나눠먹는 쪽' 이냐 아니면 애초에 그 '파이를 만들어내는 쪽' 이냐의 고민일수도 있겠군요.
사실 상대적으로 퓨어한 작가에 가까운 제 입장에서 보았기에 물론 '비 윤리적이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넓게 보자면 결국 어느쪽도 좋다 나쁘다 말하긴 힘든, 개개인의 선택(그리고 개개인이 직접 책임 질)에 불과한 문제이기에라도,
그래서 한교님의 '열심히 하자' 란 이 글에 대해선 적절치 않은, 그리고 이 글을 쓴 저로써도 별로 의도치 않은 결론인듯 하군요.

덧붙여 보자면 아마도 이런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들어, '창업 멤버로써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신의 작품을 완전히 제로부터 만들어갈수 있는 대신 1년동안 월급을 못받는다'
-라는 기회가 있다면 과연 어떤 아티스트가 좋아서 택할수 있을까요. 물론 '파이를 만들어내는 일' 을 중요시하는 쪽이겠죠.
위에 말한것은 물론 극단적인 예입니다만. 그런 선택의 기로에 실제로 서게 되었을때 우리는 과연 어느쪽을 선택할수 있을지,
그리고 그 선택에 맞게 살수 있을 만큼의 정신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준비해두는게 중요하지 않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의 경우는 원래 '그런 쪽'-죽기 아니면 살기로 작품을 만들어왔던 방향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다른 선택이 없더라구요.
다른 사람들 또한, 처음부터 '회사원 으로 살아온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럴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한교 at 2009/03/09 21:37
좋은 가르침 감사하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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