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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간만에. 안경을 쓰고 출근했다. 어색하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평소에 렌즈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마도, 안경쓴 이 특유의 그런 이미지를 너무나도 싫어하기 때문일터다.
안경잡이라거나. 눈네개라거나. 책벌레라거나.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이런 놀림이 어느새 트라우마가 된걸지도 모른다.
안경이 하나의 악세사리로써, 지적인 이미지를 위한 소품으로써, 그날 그날 컨셉따라 바꾸는 패션으로써 취급받은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고.
아쉽게도 나는 그 이전의, 전형적인 남성상을 커다란 자루포대에 거대한 어께뽕이 들어간 미국식 정장이 대표하던 때에 학생시절을 보냈던 세대라.
마른 몸에 안경이라는 매치는 지적이거나 또는 패셔너블할 건덕지는 커녕, 그저 빈약하여 나약하고 그래서 모자라고 열등한 남자로밖에 보여지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나는 내 그런 이미지가 너무나도 싫었다. 육체적 힘보다는 지적이거나 감성이거나 한 그런, 또 그것이 아무런 가치가 없이 취급받는 시대가 싫었다.

마르고 날렵한 몸매와 긴 기럭지에 잘 피트된 영국식 정장이 패셔너블한 젋은 남성상으로 대표되기 시작하면서,
남자도 아름다움에 투자하는것이 올바르다 여기게 되면서, 남자에게도 색채와 무늬와 악세사리가 중요시되기 시작하면서,
그래서 안경 또한 단순히 눈이 나쁜것을 보정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하나의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아이템으로써 다루어지기 시작했지만.
이 마음속에 뿌리깊게 박혀버린 어린시절의 좋지 않은 기억들 덕택에, 나는 여전히 아직도 남들 앞에서 안경쓴 내 모습을 보이기 힘들어하고,
그래서 언제나 남들 모르는 내 집의 내 방에서만 쓰고 있었던 이 붉은 플라스틱 재질의 네모난 안경을 이렇게 가끔 밖에 쓰고 나갈라치면.
마치 잠옷을 그대로 입은채 밖에 나간것마냥 벌거벗은듯한 느낌에 내내 내 얼굴이 신경쓰이고 그래서 몸둘바를 모르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안경을 끼지 않는 사람에게 안경이란 하나의 가면일수 있겠지만. 그래서 나로써는 안경을 끼지 않은것이 가면이었던 셈이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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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EGOIST | 2009/01/13 10:55 | Diar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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