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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EGOIST : GyuHo.Lee'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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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번에 생사고락을 함께하게 된 동료들은 기사에도 나왔듯이 판타그램과 웹젠을 거친 사람들인데.
평균연령대가 꽤나 높은 편이라 난 이제 무려 서른둘의 아저씨인데도 어린쪽에 속하게 되었다만 별로 중요한건 아니고.

1.
라인이라는 표현은 썩 좋지 않은걸 안다만서도. 여튼 어쨌거나 다들 엄청난 경력과 비범한 능력을 지닌 대단하신 분들인터라.
웬만한 회사에서는 이를테면 팀장이나 파트장. 직위로 보자면 과장이나 부장 정도를 했었고. 뭘로 보나 그런것에 적합한 사람들이어서.
이념이랄까 철학이랄까. 마인드라고 해도 좋겠다. 아무래도 이정도쯤 되면 밟아왔던 라인에서의 공통적인 그런 마인드를 닮게 마련인터라.
대기업 N사 시리즈의 라인쪽이 아닌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마인드적인 부분에 대해 꽤나 신뢰감이 생긴다고 하겠다.
물론 N사들을 깎아내린다거나 그곳에 속한 사람들을 욕하는건 아니고. 큰 조직이기에 생길수밖에 없는 병폐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같은 이야기인데.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런 곳에서, 일과는 관계없이, 치열한 자리싸움이나 정치싸움같은 급류를 타던 사람과는 솔직히 썩 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랄까.
물론 내가 그 N사 시리즈에서 직접 급류를 타봐서 하는 이야긴 아니고. 그래서 좀 짜증나는 스타일이 되버린 사람들 몇몇을 겪어봐서 하는 이야기다.

2.
어쨌거나. 어쨌거나 개발초기에 필요한 사람들이란게 그래서 이정도의 엄청난 경력과 비범한 능력을 지닌 분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은 동의하고.
그래서 새 인원에 대해 꽤 높은 기준의-사람에게 급수를 매기는건 좋지 않지만-이를테면 미들급은 좀 그렇고 팀장급이라는 이야기를 흔히 자주 듣게 된다만.
뭘로보나 썩 내세울것 없는 나로써는 이런 '급'의 사람들과, 이런 '급'으로써 회사에 들어와 같이 일해야 한다는 사실이 좋기도 부담스럽기도 한 그런 감정이랄까.
결국 따지고보자면 인맥(PD와의 개인적인)이 어째 잘 연결되어서 이렇게 같이 일할 행운을 잡은 것인데. 아무리 인맥도 결국 능력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해도.
뭐 존나 때깔나는 그런 그림을 많이 그렸던것도 아니고. 그래서 모자란 이름값을 인맥으로 때운 모양새가 되어버려서 썩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는거지.

3.
다만 그런것은 확실히 있다. 전임의 그림자랄까. 내게는 뒤쫒아야 할 궤적일지도 또는 넘어야 할 산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시적으로는 이들과 내가 일하는것이 처음이어도, 판타그램에서 웹젠으로 흘렀던 흐름의 이들에겐 전임자가 있었던거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아티스트에 대한 일종의 '기준' 이랄까. 그것도 한국 최고의 아티스트들중 한명인, 초강력한 존재감의 박정식씨와 같이 일했었던 사람들이라니.
당장 눈에는 띄지 않는다 한들, 그 강력한 존재감은 이미 이들에게 기준이 되어 있기에 역시나 나로써는 그 그림자가 부담스러울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아니, 딱히 박정식씨뿐이 아니라 해도 똑같다. 아티스트야 사실 어딜 가나 결국 똑같지만 나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이미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생각해보면 오래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업계에 막 들어온 당시. 모든 아티스트가 떠나버린 그 팀에서 혼자 일해야 했던 그 자리를 기억한다.
그때의 전임자 또한 역시 한국 최고의 아티스트중 한명인 임학수씨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그림자가 여전했기에 나로써는 상당히 괴로웠다 밝히고 싶다.
옛날에는 이런 식으로 이렇게 그림을 그려줬었다. 너무 때깔나는 그림이라서 만드는게 너무 즐거웠다 회고하는 작업자에게 나는 뭐라 할말이 없었다.

4.
나는 그들이 아니다.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일 뿐이다. 그래서 나만의 그림과 나만의 방식이 있다.
...라고 생각하는것은 물론 누구든 당연할 테지만. 이를테면 이 블로그에 내 이념을 강력한 논리로 포장해 쓰듯이, 그들에게 말할수는 없었다.
물론 할수야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쩔건가 생각했다. 그건 그냥 일방적인 전달이자 지시이자 주장이지 않나. 극단적으로는 이념적 폭력일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내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그들의 모든 이야기를 듣는 방향을 택했다. 실은 불가피한 선택에 가까웠지만 여전히 그쪽이 옮다고는 생각했기에.
윗사람의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거나 하는 악평을 들어가면서도, 일방을 옮다 생각하는 아티스트에 휘말려 호구 취급을 받으면서도 이쪽을 걸었다.
그래서 그 끝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은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과정으로써의 길에 있으니까. 적어도 순탄치 않은것만은 일단 확실하고.

5.
오래전에는 그래서 임학수씨. 지금은 그래서 박정식씨의, 드리워진 한국 최고 아티스트의 그림자가 내 앞에 있다.
이 그림자가. 내가 뒤쫒아야 할 궤적일까 아니면 넘어야 할 산일까. 아니면 그 또한 내가 받아들여야만 할 DNA일지도 모른다.
하나 다행인것은. 이번의 동료들은 내가 그가 되기를 암묵적으로 희망하거나 또는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과.
전과는 다르게 이번의 나는 그래. 다른 이들이 이미 낳아둔 자식을 물려받아 키우는 것이 아닌 나와 또 우리들의 자식을 새로 낳는거라는 정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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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EGOIST | 2008/12/31 16:53 | Diary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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