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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이었지만 벌써 어둑해진 하늘로 내려오던 진눈깨비가.
한참을 야근하던 밤 시간이 되어 담배를 피러 나가 보니 어느새 굵은 눈발로 변해 있었다.

아니 이렇게 첫눈이 오는 날에 왜 나는 회사에서 야근이나 하고 앉아있는거냐. 라고 동료들에게 외쳐보았지만.
첫눈 아냐. 얼마전에 왔었어. 라고 돌아오는 무덤덤한 반응에 나는 쳇 응석도 못부리겠구만 하고 마음속으로 토라지고 말았다.
아아. 왜 이다지도 낭만이 없단 말인가 와이쏘씨리어스. 눈이 오면 밖으로 달려나가 구르고 싶은 강아지의 마음을 벌써 잊었단 말이더냐-
라고 잠깐 생각했다가 결국 나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래서 차라리 이쪽이 나은게 아닌가 싶었다. 규칙으로 꾸며진 낭만보다야 나을테니까.

적어도 이번년도 초까지는 그나마 살아있었던것도 같다. 발렌타인데이에 옛 회사 동료들과 룸싸롱을 간다거나 하는 솔로만의 사치도 잠시뿐이었고.
무슨 데이네 그런 단어가 이젠 별로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더이상 와닿지도 않게 되어버린. 그래서 올해 크리스마스는 별로 전혀 아무런 감정의 기복 없이.
적어도 작년까진 스스로 선물을 사기도 했다만 이번엔. 그냥 하루 쉬는 날인것 마냥 하루종일 집에서 잠이나 실컷 자다가 보내버리고 말았으니.
지금 내 동료들의 무심함을 탓할께 아니라 이미 스스로부터가 낭만이고 뭐고도 없는 아저씨. 그냥 아저씨가 되어버린것을 탓해야 하지 않나 싶다.

생각해보면. 나는 왜 그다지도. '어떤 날에 반드시 치루는' 그런 '파티' 가 싫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꼽자면 생일 파티 같은 그런.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이구절에서 누구나 망설이지 않나. 평소에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는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 라고 딱 지칭해서 말할만한 사이도 아닌데. 노래로써 부르려고 하니 결국 누구나 어색함을 느낄수밖에 없는 것일테다.
따지고 보면 다 마찬가지 아닌가. 생일파티도 크리스마스 파티도. 그냥 그건 연례행사일 뿐이지. 사랑은 개뿔같은. 애초부터 씨리어스한거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눈발을 몸으로 맞는다. 머리꼭대기부터 발끝까지 검은 룩에 하얀 눈이 쌓인것을 보니.
오래전 그 모습이 멋있다 말했던 여자가 생각나 쓴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이것도 나름대로 추억일까. 그래서 낭만일지도 모르겠다.

내년이면 애인이 없는지 무려 6년째가 된다. 이왕 이렇게 된거 10년을 찍어볼까. 어떤 일이건 10년을 꾸준히 하면 달인급이 된다던데.
썩 나쁘지 않구만. 달인급의 후로페쇼날 솔로 플레이어라. 2차전직클래스로는 레전더리 야동 콜렉터라거나. 나름대로 간지도 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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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EGOIST | 2008/12/26 08:53 | Diary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at 2008/12/28 21:08
음.. 지금 생각해보면 블로그 초기 글들에 비해 많이 암울해지고 있는것 같아요;;
Commented by 피터팬의어리광 at 2009/01/09 01:17
전에 소개팅한 피부관리쪽 그분은 잘 안되신건가요?!....
어째서 처음 글쓰는 주제에 이딴거 알고 있냐 물으시면 ......할말이 없다능........=_=;;;;

솔로 6년째로 가시고 있다니.....
언제 신부감을 포획해서 어머니께 대꾸가시려구.....
올해는 좀더 열심히 미끼들을 설치해 두세요.....포획하는 그날까지 건승을......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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