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며칠간 격심한 치통에 시달리다 보니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그림이고 뭐고 책상앞에서 끙끙대는게 고작. 잃어보니까 확실히 알수 있었다. 좋아하는 라면도 담배도 커피도 어느것하나 제대로 섭취할수 없는건 확실히 고역이었고. 어디 어떤 형태든 안그렇겠냐만은 특히 정신적인 사고를 토대로 생산활동을 하는 나같은 직종으로는 이런 고통은 치명적이었다.
일이 한참 바빴던터라 처음엔 한 며칠 진통제로 참다가 마무리하고 나서 발치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 고통은 어느새 진통제가 듣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고. 그 격심함은 간단한 웹서핑도 하기 힘들 정도였다. 쉴새없이 찬물을 들이킨다. 자리에 누울수가 없다. 방을 덥힐수가 없다. 라면이나 담배나 커피는 고사하고 죽도 과자도 차도 먹을수가 없다- 잠못자고 싸우던 가츠의 고통을 알겠더라. 그런 상태로 싸우며 하룻밤을 꼬박 새우곤. 아침이 되자마자 진통제를 더 사다먹고 간신히 근처 병원으로 갔다.
어떻게 오셧나요 사랑니 뽑으러 왔습니다 아 사랑니는 상태를 보고 뽑을지 정할수가 있습니다 이게 뭔 청천벽력같은 소리냐 그러니까 당장 오늘 뽑는건 불가능할수도 있다 이건가요 으 미치겠네 아 상태를 보고 괜찮으면 오늘 뽑을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인가요 말 해놓고 나서 후회했다. 고통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진. 신경질적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 정신론자가 할 대사는 아니었다. 나는 이쁜 의사 언니들에게 실수하기 싫었다. 시키는대로 맡기자. 미칠것 같으니까 일단 마취약부터 놓고 시작합시다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사소하고 간단하지만 하나같이 전부 걸리적거리는. 문서를 작성하고 사진을 찍고 작업대에 조용히 누워서 기다리는 절차들을 전부 거쳤다. 뭐 별거 있겠냐. 오래전 그랬듯이 이러다가 결국 뽑겠지. 마취주사는 좀 아프고 생이빨을 뻰찌로 뽑아내는건 불쾌해도 며칠이면 괜찮아지겠지-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이규호씨가 사진을 찍은걸 봤는데요 원래 턱에는 커다란 신경이 지나고 있거든요 그런데 사랑니 뿌리부분이 그 신경에 걸쳐있어요 뽑더라도 잘못 건드리면 마비가 오거나 염증이나 고통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어요 그 이야기는 여기서는 어렵다 이겁니까 네 맞아요 더 큰 병원 대학병원같은곳으로 가실수밖에 없겠어요 소개서를 써드리겠습니다 아니 이게 뭔 청천벽력같은 소리냐. 의학만화에서 나올법한 '건드리면 더 위험한' 병이. 의사의 능력을 어필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소재가 내게 있다니. 근데 그게 왜 하필이면 정말 별것 아닌. 닥치고 뽑기만 하면 장땡인듯했던 사랑니냐고. 뭔 사랑니 뽑는데 의사도 환자도 리스크가 그렇게 크단 말이냐. 결론이 황당했지만 참았다. 며칠 더 참을수밖에 없겠다 생각했다. 아직 일은 남았고. 집앞 이 병원까지 나온것도 지금 내겐 최대의 노력이다. 도저히 지금 당장은 그들의 말대로 더 큰 대학병원같은데를 찾아갈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진통제와 항생제로 조금 더 견뎌보는 수밖에.
항생제, 진통제, 위장약을 받아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물과 함께 빈속에 털어넣고 잠을 청했다. 며칠만에 간신히 잠을 제대로 잘수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머나먼 차량딜러의 거리에서 방황한다. 어디까지 걸어가면 제네시스 쿠페를 파는 곳이 있나요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만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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