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나서 한참. 업무 자체에 관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으니 오늘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약간 해볼까 하네요.
정확히 말해서 IMC에서의 저의 포지션은 '캐릭터 원화 디자이너' 입니다.
뭐 아시는 분들은 다들 대충 이렇게만 말하면 아시겠습니다만 업계 내부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살을 좀더 붙여보자면,
게임에서의 캐릭터라 함은, 흔히 말하는 주인공-플레이어 캐릭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수 없는 엑스트라-넌 플레이어 캐릭터, 주인공이 쓰러뜨려야 할 적-몬스터 및 보스들. 그리고 나아가, 플레이어 캐릭터의 복장 및 무기/방어구, 또한 각종 아이템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분야라고 할수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캐릭터라고 하면 플레이어 캐릭터(중에서도 인간)만을 취급하고, 또한 그 외 다른 것은 캐릭터로 취급하지 않고 무슨 옵션정도로 취급해버리는 사람들을 가끔 본적 있는데요. 뭐 모르는 사람들이야 할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캐릭터를 디자인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군요.)
에 여튼 그런 기본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저도 저런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 업무가 몬스터 디자인쪽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만. 일단 이것은 한국 게임의 전형적인 문제점인 오픈초기의 몬스터 기근현상을 좀 해소하기 위한 취지에서의 필요 우선순위에 따른 것으로써, 아마 이후 다른 부분의 필요가 생기면 그쪽도 마찬가지로 병행할 것이겠죠.
자. 이제부터는 업무 프로세스에 관한 이야기.
다른 곳은 어떨런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IMC에 정착하면서 맞추어간 시스템은 '기획과 3D파트 사이에서의 긴밀한 공조 파이프라인 구축' 정도라고 할수 있겠군요.
이전에 한번 언급해본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캐릭터를 '그려내는 것' 이 아니라 '기획되는 것' 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믿고 업무에 적용시켜 본 결과, 이전보다 좀더 '안정적인 생산성' 을 가지게 할수 있었기에 그 생각이 적중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캐릭터 디자이너는 어떻게 캐릭터에 대한 필요를 받고 어떻게 그려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라는 점.
먼저 프로듀서, 디렉터, 기획자 등에게서 어떠한 캐릭터에 관한 니즈가 먼저 나타납니다. 중요한 것은, 이 필요라는 것이 전체적으로 보자면 그들의 개인적인 니즈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니즈' 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프로듀서나 디렉터, 기획자가 그 니즈를 먼저 발견하고 나타내 주는 것은 그들은 프로젝트 전체를 꿰고 있기에 프로젝트에 있어 무엇이 부족한지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들은 캐릭터에 대해서 목적과 어떠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것을 그대로 쓸수는 없습니다. 왜냐. 적어도 캐릭터에 관해서 기획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캐릭터 디자이너' 이기에. 캐릭터 디자이너는 프로젝트의 니즈를 '목적' 으로 변화시키고,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를 간추려 실제로 사용할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기획' 을 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자. '일러스트레이션' 이 아닌 '기획' 으로써의 캐릭터 디자인. 과연 그 디자인이란 어떤 형태를 하고 있을까요.
회사의 많은 동료들로부터 '이렇게 그리는 사람은 처음 봤다' 라든지 하는 말을 많이 듣기는 했습니다만. 정확히 말해서, 제가 그려내는 기획에 최적화된 디자인이라는 것은 멋진 그림이 아니라 오히려 '설계도면' 에 가깝습니다.
한 동료가 농담삼아 '프라모델 조립 설명서같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만. 거의 그것에 가까울 정도로 철저히, '조립' 될수 있도록 그려낸 작업지시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기획으로써의 원화가 나오면, 그것을 토대로 3D파트에서 실제 프로덕션을 담당합니다. 실 프로덕션 단계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기획으로써의 캐릭터 디자인은 설계도면과 거의 흡사하다고 했습니다만. 감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생겨버립니다. 이건은 기존 일러스트레이션식의 디자인에서의 완전 정반대 노선으로써의 단점인데요. 철저히 일반화/객관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도면' 이니만큼 흔히 말하는 그림으로써의 '필' 은 약할수밖에 없죠.
자. 그렇다면 이것을 3D파트에서 보강하면 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제로 소비자에게 보여질 3D 캐릭터의 프로덕션을 담당하는 3D파트.
캐릭터 디자이너는 이때 디자인된 캐릭터의 프로덕션에 대해 '프로듀스'을 하는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프로덕션과 동시 진행되는 양방향의 '프로듀스' 입니다. 대부분의 프로세스에서는 그냥 단방향적인, 프로덕션 이후의 재수정을 위한 '검수' 가 많다고 생각됩니다만)
정확한 인원은 밝힐수 없습니다만. 현재 IMC에서 원화를 담당하시는 분들은 전체 대비해서 그 숫자가 상당히 적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스템 등을 적용함으로써 인해 좀더 안정적으로 프로젝트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임: 사실 이런 언급을 하면서 최근의 작업물을 같이 첨부해서 공개하지 못하는 면은 아쉽군요. (원래부터 외부공개용이 아닌데다가, 철저히 프리프로덕션용의 원화라는 것이기도 해서 말이죠)
시간이 좀더 흐른 뒤 게임이 오픈되고 나면, 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게임내에 실제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스크린샷 정도와 그에 대한 이야기나 해볼까 싶습니다.
덧붙임2: 그러나, IMC의 모든 캐릭터 및 그래픽이 전부 이런 시스템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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