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몇달째 대단히 바빴다. 바쁘던 와중에 잠깐 여유가 생겨서. 그동안 뭘 하고 있었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 글을 남긴다.
일전에 이야길 했다시피. 요즈음은 게임을 만든다. 내가 직접 전부를 만든다. 그래서 내 게임이다. 디렉터... 라는 직함을 얻긴 했지만. 내 일은 흔히 말하는 팀관리 스케줄관리 회의 도장 업무를 보는 관리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게 사실이라. 실제로 내가 하는 일은 (물론 관리업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더욱 중요한건) 대부분의 게임 컨텐츠를 스스로가 직접 주도해서 만들어내는 일이다.
가능한 일인지? 아. 해보니까 되더라. 딱히 어려울것도 없었고. 재미있더라. 물론 언리얼이 대단히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에 더욱이나. 컨셉을 잡는다. 시나리오를 쓴다. 기획을 한다. 컨셉아트를 그린다. 컨셉아트에 따라 그래픽데이터를 만든다. 만들어진 데이터를 엔진에 올린다. 레벨디자인을 짜고, 여러 오브젝트와 캐릭터를 배치해서 맵을 구성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씬을 프로그래머가 만들어준 스크립트를 붙여서 돌린다. 게임 디렉터가 할 일이 무엇인지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저기 돈 많고 시간많고 사람많다는 프로젝트의 디렉터들이 어찌 하는진 내 알 바 아니다. 어쨌거나 지금 이 내 프로젝트에서 나는 시나리오라이터이자 시스템디자이너이고, 컨셉아티스트이자 그래픽아티스트이자 테크니컬아티스트이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나아가 하나의 게임프로덕트로 종합해내는. 대단히 거시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감정적인 이야기라면... 이만큼 재미있는 장난감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일을 하면서부터 다른 모든 취미가 사라져버렸으니.
어쨌거나. 이러한 디렉터로써의 역할을 하게 되고 보니. 미시분야 작업자로 살아왔던 과거에 대하여, 선생이었던 때와 또한 다른 여러 생각이 든다. 선생이라는 직업은 대단히 이타적인 속성이었던게 사실이다. 사람을 대하고 다루는 일이었지만 그 목적은 내가 아니라 대상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일. 내가 가졌던 방대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하나로 종합하는 일의 목적은 결국 어쨌거나 나의 미래를 위해서다. 사회와 사람을 보고 분석해내는 능력(물론 이는 내가 작가가 되기 위해서 쌓아온 것이다)을 이제는 나의 이기적인 필터로써 쓰게 된 것이다.
가치라고 하자. 세상에는 물론 여러가지 가치들이 있고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 가치들은 모두가 중요한 것일테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사소한 가치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그 가치 하나만을 중시하는 반면 다른 가치들은 폄하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인의 미래의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다루어왔던 역할에서, 이제 그 능력을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사용한다. 물론 이것은 대단히 좋은 역할이다. 그러나. 이런 역할이기 때문에, 과거 여러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같이 할 사람들을 이기적인 가치관으로 재단할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실로 유감스럽다.
내가 이 바닥에서 만나온 사람들 중에. 그 당시 시점에서의 미래, 지금 나의 이 현재를 같이 할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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